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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무선 / 박성우


처음엔 통신기기를 취급하는 가게인 줄 알았다
페인트 글씨 흐릿하게 간판이 걸린 김일무선,
나중에야 동네전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짐자전거가 받쳐지고
알루미늄섀시 미닫이문이 스륵 스르륵,
가게 앞 커다란 스피커에서는 라디오가 나왔다
여름 한낮 더위를 참다 참다
김일무선으로 중고 선풍기를 사러 갔다
한 평 남짓한 가게에 앉아
티브이를 수리하고 있던 늙은 주인은
틀어놓고 있던 선풍기, 코드를 뽑아들더니
그것 외에는 다 팔려서 딴 건 없다고 했다
어쩌다 고개를 못 가눌 뿐
아직은 쓸만한 거라면서 한사코 내밀었다
어르신은 어떡할라구요 알아서 헐 팅게 가져가
회전을 누르면, 빠개져 금간 뒷목이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돌아가는 선풍기
허나, 일단 이단 삼단 바람세기에 맞춰
철썩철썩 파도소리가 나오고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도 나왔다
트로트 메들리가 나오기도 하고
겨울바람 소리가 쌩쌩 나오기도 했다
머리맡에 라디오 켜듯 선풍기 틀고 엎드려
왜 하필 김일무선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을까
육칠십 년대에는 제법 근사하기도 했겠지?
어림짐작으로 주파수를 맞춰보면서 나는
서른다섯 내 나이 무렵의
김일씨에게 전파를 날려보았다
치익 치지직 치직 운이 좋게도 답신이 왔다
시를 쓰다가 그냥저냥 늙은 나는
서른다섯을 건너는 가전제품수리공 김일씨와
무선으로 교신을 나누며 찜통더위를 식혔다


전주 풍남동에 가면 김일무선이 있습니다. 박성우 시인의 시처럼 풍남동에서 바람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60년대를 견뎌온, 50년 가까운 세월을 한 자리에서 지켜봤을 김일무선, 꼭 박치기를 할 것처럼. 아니 이젠 박치기를 할 힘도 없어보이는 것처럼 서 있습니다.
최명희문학관을 둘러보시고 나오시는 길에 한번 찾아보세요. 김일무선의 이마를 한 번 쓰다듬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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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볼거리 : 최명희문학관, 한옥마을, 풍남문, 경기전, 전주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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