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런던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외국에서 내뱉는 알파벳의 숫자가 적을 정도의 영어 수준을 갖은 저는, 무대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대작은 대작이었습니다. 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으니까요. 아직까지 귓속에 맴도는 대사가 있습니다. “Who am I? Who am I? I am Jean Valjean!” 자신의 죄를 부끄럽지만 떳떳하게 밝힐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요? 그러면 저는 참 불행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레 미제라블>의 인연 때문이었을까요? 판테온 신전을 가게 되었습니다. 일행들과 함께 파리를 거닐다가 잠깐 헤어져서 다니기로 결정을 하자마자, 저는 판테온 신전으로 갔습니다. 언덕에 위치한, 거대한 건물은 참 찾기 쉬웠습니다. 웅장한 돔을 보고 걸어가면 길 잃을 걱정은 없었습니다.
파리의 판테온 신전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로마의 판테온 신전을 본딴 성당입니다. 1744년 병석에 있던 루이 15세가 파리의 수호 성녀인 성 쥬느비에브에게 기도를 하면서 "병이 나으면 성 쥬느비에브를 위한 성당을 짓겠다."고 서원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병이 치유되자 폐허가 된 쥬느비에브 대수도원(Abbaye St. Genevieve) 자리에 성당을 건립하게 되었습니다. 설계는 자크 제르맹 수플로(Jacques Germain Soufflo)에게 맡겨졌으며 성당 공사는 1764년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780년 수플로가 사망하자 장 밥티스테 롱들레(Jean Baptiste Rondelet)와 막시밀리안 브레비온(Maximilien Brebion)이 공사를 이어받아 1790년 돔Dom 83m, 정면 84m, 측면 110m의 웅장한 성당을 완공하게 됩니다.
그런데 1789년 프랑스 혁명이후 1791년 혁명정부의 정치가였던 미라보(Honore Gabriel Riqueti de Mirabeau)가 급사한 후 이곳에 처음 안치되면서부터 로마의 판테온(Pantheon: 신들을 모시는 신전)에서 이름을 빌려 "파리의 판테온"이라 명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둥이 있는 돔의 모양은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의 영향입니다.
화려한 코린트 양식으로 만들어진 정문의 6개 기둥 위에는 다비드 당제(David d'Angers)의 페디먼트가 있고 그 아래에는 “조국이 위대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Aux Grands Hommes la Patrie Reconnaissant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안에는 퓌비 드 샤반느(Puvis de Chavannes)의 작품과 안토니 장 그로(Antoine Jean Gros)의 천장 그림과 다양한 조각 등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중앙에는 1851년 3월 31일 장 베르나르 레옹 푸코(Jean Bernard Leon Foucault)의 진자 실험 때 사용되었던 추가 아직도 있다고 합니다.
볼테르, 루소, 에밀 졸라, 빅토르 위고 등이 이곳에 묻혀 있습니다. 위대한 사상가와 작가가 파리의 높은 언덕에서 웅장하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살고 있었습니다. 똑똑한 위인들이 밤중에 토론이라도 하면 어떤 풍경이 벌어질까요? 누가 가장 말을 잘 할까요? 볼테르가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의 말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걸겠다."라고 말하면서 침을 튀긴다면 다들 고개를 휙, 돌리겠죠. 내부를 보고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늦게 찾아가 문 앞에서 발걸음을 놀려야 했습니다.
일행과 다시 만나기 위해 노트르담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고딕양식의 화려한고 날카로운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건물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유럽인의 장인정신, 본받을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하늘 높이 올라간, 첨탑. 중세시대 유럽인은 저 첨탑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갔습니다. 고딕시대의 수직적 질서가 무너지고 르네상스의 수평적 질서가 찾아올 때까지 어둠의 시대를 살아야 했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곱추처럼요.
시간이 남아 다시 강을 건넜습니다. 세느강을 옆을 담배 사러 나온 백수처럼 거니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자유로운 도시, 파리. 곳곳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 파리. 제 기억에 남은 파리의 모습입니다. 문득, 빅토르 위고도 이 길을 거닐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니, 그가 옆에서 걷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는동안 날이 저물었습니다. 파리의 아름다운 밤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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