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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3 근육질을 자랑하는, 서어나무 숲
  2. 2008/05/12 능가산 내소사에 숨은 詩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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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을 자랑하는 서어나무



서어나무 숲에서 / 복효근


서어나무 숲에 왔다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

환경부와 유한 킴벌리가 ‘아름다운 마을 숲 상’을 주었다고 하나
숲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상을 주지 않았어도 그럴 것이다
나무들은 그냥 서 있다
그냥 서어나무다

들으니 이 놈들은 목질이 약해서 부러지거나 다친 곳이 쉬 썩는단다
썩은 자리에 매미나 벌레의 유충이 살아서
딱따구리나 크낙새 등속이 서어나무숲에 산단다
낯선 사내가 들어서자 은유처럼
숲은 제 상처에서 새를 날려보낸다

나무들은 하늘 혹은 그 너머와 무슨 내통이나 하듯
긴 긴 안테나를 뽑아올리고 있다
하나도 아프지 않은 표정이다
그러니 짐승처럼 상처를 안고서도
누구든 이 숲에 들어서서는 서어 있어야 한다

휴대폰이 울린다
받지 않는다 부재중 001통화가 찍힌다
숲이 커다란 무덤 같다
현실現實이 현실玄室이 되어
나는 시방 부재중이다

누가 상을 주어서도 술 한 잔 주어서도 아니다
잠시 서있을 뿐으로 나는 숲의 일부이어서 서어나무이어서
내 안 어디에선가 새 나는 소리 들린다
피안이 목마르게 그립지 않다
부재중인 나를 영영 찾고 싶지도 않다

숲을 나서는 내가 새 것이겠다


 지금까지 가본 곳만 포스팅을 하다가 오늘은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해 글을 씁니다. 제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모두 남원 운봉읍 출신입니다. 그래서 가끔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곤 하는데, 서어나무 숲 이야기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조만간 운봉에 갈 생각입니다. 가기 전에 서어나무에 대해 알아두고자 합니다. 그리고 복효근 시인의 '서어나무 숲에서'를 읽습니다.


이번에는 숲 속의 보디빌더, 울퉁불퉁한 근육을 지닌 서어나무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서어나무는 서목(西木)이라고도 하는데 정확한 유래는 찾을 수 없으나 ´서쪽에 있는 나무´란 뜻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어나무는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모양새를 가진 나무입니다. 분명히 여러분들도 이미 몇 번씩은 보셨으리라 생각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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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나무의 수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울퉁불퉁~ 보디빌딩을 아주 오래한 근육질의 사나이 같죠? 이처럼 서어나무의 수피는 보통 나무의 그것과는 달리 회색을 띠며, 근육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습니다. 서어나무의 잎은 어른 검지손가락 정도의 크기이며, 모양은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타원 모양입니다. 열매 역시 어른 검지손가락 정도의 크기이며 아래로 축 처져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실 때는 작은 나뭇잎들이 뭉쳐 있는 것처럼 폭신해 보이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뭐랄까요... 조금 푸석푸석한 느낌이 난다고 할까요?

이러한 서어나무는 우리나라의 중부지방 산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서어나무는 추운 날씨에도 잘 견디고,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여서 주변에 큰 나무들이 있어 햇빛을 잘 받지 못해도 꿋꿋이 잘 성장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라는 책제목처럼 생김새도 그렇거니와, 사실상 목재로서 별 쓰임새가 없어서 많이 잘리우지 않은 탓인지 산에 가시면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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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로 축 처진 열매 ⓒ데일리안 이연대

이렇게 보면 서어나무는 무척이나 흔한 나무구나 하실 수도 있을텐데요, 실제로 등산을 즐겨하시지 않는 분이라면 이 나무를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체 왜 그럴까요? 바로 서어나무는 공해에 대한 저항성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심지에는 잘 심지 않지요. 서어나무를 보시려면 가까운 수목원이나 산을 찾아가 보세요. 그러면 이 근육질의 사나이를 쉽게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생명의 숲 국민운동´이 개최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전북 남원 운봉읍 행정리의 마을숲은 5백여평의 땅에 태고의 신비와 원시적 정취를 느끼게 하는 서어나무 2백여그루가 가득 들어차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마을의 서어나무 군락은 "5백여년전 이 마을에 극심한 전염병이 돌아 주민들이 죽어가자 마을을 지나던 한 스님이 서어나무를 심으면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해 주민들이 나무를 심고 지극정성으로 가꿔왔다." 는 전설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자...이만하면 숲속의 근육맨, 서어나무에 대해서 잘 아셨겠죠? 다음번에 산에 오르셔서 서어나무를 만나게 되신다면 울퉁불퉁한 근육을 한번 쓰다듬어 보는 것도 좋겠네요.

데일리안광주전남 http://www.dailian.co.kr/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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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속의 밤은 차고, 그리운 것들은 별처럼 멀리 흩어져 있습니다. 무엇을 하고 계신지요. 그대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고 있든 잣나무 위에 사발만하게 걸린 별처럼 여기선 모두 가깝습니다. 어쩌면 우리들 마음속엔 저 어두운 밤하늘처럼 감추어진 하늘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혼자 아파하거나 꿈꿀 때에도 저 별들처럼 서로에게 환히 빛나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하고계신지요. 그대 지난날들을 아파한다는 소식, 꿈을 잃기도 했다는 소식 듣고 있습니다. 이런 밤에는 저 높은 잣나무를 타고 싶습니다. 그 어두운 하늘에서 그대의 아픔이 별로 돋는 걸 보고 싶습니다. 밤새 잣나무를 타며 별을 지키는 소년들의 전설이 저 어두운 하늘의 어디에선가 별자리로 돋고 있을 것 같은 밤입니다.
(김경진, 「내소사에서」전문)

 내소사는 행정구역 상으로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 속합니다. 매표소 입구를 들어서면 시원스레 쭉쭉 뻗은 전나무길이 드러납니다. 내소사를 들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밟고 가야하는 길입니다. 일주문부터 천왕문까지 쭉쭉 뻗은 전나무 숲길은 약 600m에 이릅니다. 서늘하고 따뜻한 이런 길을 만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이 길이 예전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했던 길이었음을 옛 기록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옛시인들이 한시로 노래한 소나무 숲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이리 곧게 뻗은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내소사를 찾은 방문객을 반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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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가는 전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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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하게 하늘을 막고 있지만, 확 트인 느낌을 준다. 자연이란 이런 것이다.



 전나무숲 길을 걷고 있노라면 인간이 일부러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표지판은 전나무 숲이 150여 년 전에 조성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크레인이 발명되고 건물이 드높아지기 전에는 일부러 숲을 가꿀 필요도 없었고, 숲 가운데로 길을 낼 필요가 없었고, 그럴 방법도 없었을 것입니다. 세월이 숲을 만들면, 인간은 숲에서 자그마한 길을 얻어 사는 것으로 서로 공존하며 살아갔겠죠.
 봉래루를 지나면 수령 천여 년에 달하는 느티나무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나무는 왜 늙으면 늙을수록 제 색을 드러내는 것일까요? 거대한 느티나무 우듬지를 올려다보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느티나무에 다른 식물이 기생을 하고 있더군요. 오랜 세월동안 느티나무에 흙이 쌓이자, 그 흙에 살포시 뿌리를 내린 식물. 자연은 서로 돕고 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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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 년을 넘게 이 땅에 살아온 느티나무. 이 나무에 세를 얻어 다른 나무가 살고 있었다.

 내소사는 고창 선운사의 말사입니다. 633년(백제 무왕 34) 백제의 승령 혜구두타가 창건하여 처음에는 소래사라고 불리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1633년(인조11) 중건할 무렵 내소사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내소사는 두 가지 설화가 전해옵니다.
 하나는 대웅전을 중수할 때, 동자승이 괴목 하나를 감추어 발생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성미 급한 호기심이 빚은 실수에서 비롯합니다. 미당 서정저눈 내소사에 얽힌 이 설화를 놓치지 않고 시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내소사 대웅보전 단청은 사람의 힘으로도 새의 힘으로도 호랑이희 힘으로도 칠하다가 칠하다가 아무래도 힘이 모자라 다 못 칠하고 그대로 남겨놓은 것이다.
 내벽 서쪽의 맨 위쯤 앉아 참선하고 있는 선사, 선사 옆 아무것도 칠하지 못하고 너무나 휑하니 비어둔 미완성의 공백을 가 보아라. 그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대웅보전을 지어 놓고 마지막으로 단청사를 찾고 있을 때, 어떤 해어스럼 제 성명도 모르는 한 나그네가 서로부터 와서 이 단청을 맡아 겉을 다 칠하고 보전 안으로 들어갔는데, 문 고리를 안으로 단단히 걸어 잠그며 말했었다.
 “내가 다 칠해 끝내고 나올 때까지 누구도 절대로 들여다보지 마라.”
 그런데 일에 폐는 속에서나 절간에서나 언제나 방정맞은 사람이 끼치는 것이라, 어느 방정맞은 중 하나가 그만 못 참아 어느 때 슬그머니 다가가서 뚫어진 창구멍 사이로 그 속을 들여다보고 말았다.
 나그네는 안 보이고 이쁜 새 한 마리가 천정을 파닥거리고 날아다니면서 부리에 문 붓으로 제몸에서 나는 물감을 묻혀 곱게 곱게 단청해 나가고 있었는데, 들여다 보는 사람 기척에
 “아앙!”
 소리치며 떨어져 내려 마루 바닥에 납작 사지를 뻗고 늘어지는 걸 보니, 그건 커어다란 한 마리 불호랑이었다.
 “대호 스님! 대호 스님! 어서 일어나시겨라우!”
 중들은 이 곳 사투리로 그 호랑이를 동문 대우를 해서 불러댔지만 영 그만이어서, 할 수 없이 그럼 내생에나 소생하라고 이 절 이름을 내소사라고 했다.
 그러고는 그 단청하다가 미처 다 못한 그 빈 공백을 향해 벌써 여러 백년의 아침과 저녁마다 절하고 또 절하고 내려오고만 있는 것이다

(서정주, 「내소사 대웅전 단청」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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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대웅보전은 자연 그대로를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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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이 칠해져 있지 않아, 수묵화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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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그리고 생명.


 인간의 욕심은 언제나 일을 그르치고 마는 것일까요? 좀 더 잘 살아보자고, 남보다 더 행복하자고 남에게 피해를 주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요. 물건 좀 더 팔아보자고 병이 든 고기를 사오는 것 또한 이런 욕심이 아닐까요? 내소사의 설화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정맞은 중의 욕심을 미워할 수 없습니다. 단청의 빈자리를 야박하게 채우지 않고 여백 그대로 남겨두어서 내소사의 대웅전은 수묵화처럼 살아있습니다.
 화려한 단청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내소사는 세월의 흔적을 건물 곳곳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상처와 옹이와 손때를 만져보고 눈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내소사의 대웅보전이 깊은 맛을 주는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 일 것입니다. 할머니 같이, 할아버지 같이, 능가산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내소사 목어 한 마리 내 혼자 뜯어도 석 달 열흘 우리 식구 다 뜯어도 한 달은 뜯겠다 그런데 벌써 누가 내장을 죄다 빼 먹었는지 텅 빈 그 놈의 뱃속을 스님 한 분 들어가 두들기는데…….

 소리가 한, 그 소리가 허공 중에 헤엄쳐 나가서 한 마리 한 마리 수천마리 물고기가 되더니 하늘의 새들도 그 물고기 한 마리씩 물고 가고 칠산바다 조기 떼도 한 마리씩 온 산의 나무들도 한 마리씩 구천의 별들도 그 물고기 한 마리씩 물고 가는데…….

 온 우주를 다 먹이고 목어는 하, 그 목어는 여의주 입에 문 채 아무 일없다는 듯 능가산 숲을 바람그네 타고 노는데…….

 숲 저 쪽 만삭의 달 하나 뜬다

(복효근, 「소리 물고기」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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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꽃무늬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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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나무로 만든 꽃밭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일부러 끌과 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꽃창살을 뒤덮은 사방연속 무늬는 꽃밭에 있는 듯한 착각에 들게 합니다. 내소사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 문살을 절대 잊지 못합니다. 언젠가부터 내소사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만져보았고, 감탄했을 나무로 만든 꽃밭. 내소사는 꽃밭을 문 삼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꽃무늬 문신(文身) / 문신


지금은 이모가 되었을 것이다
봉산동 큰언니라고 불리던 그 여자
생각난다
내소사 연꽃무늬 문살을 마주한 순간
불경스럽게도 나는
허허롭던 겨울밤의 짧았던 정사(精事)를 떠올렸다
오른쪽이던가 왼쪽이던가 기억은 흐릿하지만
엉덩이 한가득 피어 있던 연꽃 한 송이
밤새 퍼내도 마르지 않는 우물을 가진 그 여자
서툰 두레박질로는 어림없지
보이지 않는 뿌리를 우물 속에 뻗어놓고
풋내 펑펑 풍기는 벌나빌르 유혹하던
연꽃무늬 문신(文身)
그 여자 지금은 이모가 되어
구멍 송송한 제 몸이너 다독이며살고 있겠지만
혹시 모르지
꽃 진 자리가 아련해서 우물 가운데 뿌리 하나 더 내렸을지
아니아니 어쩌면
우물보다 깊은 곳에 괜찮은씨방 하나 맺었는지 몰라
아무 바람이나 더듬고 간 내소사 연꽃무늬 문살처럼
쉽게 허락되곤 하던 그 여자 연꽃무늬 문신
부끄럽게도 눈을 감고 더듬는다
문득
내소사 문살마다 그 여자 엉덩이가 가득하다

  내소사에 가는 길에 후드득 오던 비가 그쳤습니다. 안개를 살짝 먹은 처마가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군가 장난스레 걸어놓은 동자승이 슬며시 웃고 있었습니다. 내소사에선 나무 냄새가 납니다. 아니, 내소사는 뿌리를 내렸는지도 모릅니다. 살아서 움직이는, 그래서 서서히 늙어가는 내소사. 돌아가는 내내 나무로 만든 꽃밭이 기억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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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에 쌓인 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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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걸어놓았을까요? 웃음 짓는 동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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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려 있는 동자승이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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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만개한 자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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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내소사.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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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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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다시 그리운 이곳으로 갈 수 있을까요?


겨울 내소사
                    김문주 / 2007 불교신문 신춘시

세상에 수런거리는 것들은
이곳에 와서 소리를 낮추는구나, 변산
변방으로 밀려가다 잠적하는 지도들이
일몰의 광경 앞에 정처없는 때
눈내린 오전의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아름답다
전부를 드러내지 않고도 풍경이 되고 어느새
동행이 되는 길의 지혜
작은 꺾임들로 인해 그윽해지고 틀어앉아
더 깊어진 일은
안과 밖을 나누지 않고도 길이 된다
나무들은 때때로 가지들어 눈뭉치를 털어놓는다
숲의 한쪽 끝에 가지런히 모여앉은 장광같은 부도탑들
부드러운 육체들이 햇빛의 소란함을 안치고 있다.
봉래루 설선당 해우소 산사의마당에는
천년의 할아버지 당산과 요사까지
저마다의 높낮이로 중심을 나누어 가진 집채들
부푸는 고요
몸으로 스며드는 시간의 숨들
숨길이 되고 집채 사이를 오가다, 아
바람의 꽃밭, 열림과 닫힘의 자리에
바래고 문드러진 수척한 얼굴들
슬픔도 연민도 모두 비워낸 소슬무늬꽃문
난만한 열망들이 마른꽃으로 넘는 저, 장엄한 경계

대웅보전 앞마당에 발자국들 질척거리고
진창을 매만지는 부지런한 햇빛의 손들이여
내소사 환한 고요 속에 오래도록 읽는다
서해 바람의 이 메마른 문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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